Rachel's Trip-ary 썸네일형 리스트형 [유후인 여행] 나 홀로 후쿠오카 2 - 료칸에서의 하룻밤 유후인역 앞은 송영서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대형 밴부터 경차까지 수 많은 차들이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했다.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어느덧 시계는 3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나 홀로 유후인역 앞을 지키고 있었다. 혹시 내가 잘못 신청했던 것은 아닐까 걱정하며 료칸에 전화를 걸었다.그 때 승용차 한 대가 들어왔다.건장한 아저씨가 차에서 내려 내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어보였다. "네, 저예요!" 산길을 10분 정도 달려서 묘토쿠 료칸에 도착했다.혼자서도 이용할 수 있는 료칸이 몇 군데 없기 때문에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체크인을 마치고 안내를 받아 방으로 올라가자 치키서비스를 맡겼던 짐이 도착해 있었다.저가형에 속하는 료칸이었기에 화실이 그렇게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마음에 들었다.특.. 더보기 [유후인 여행] 나 홀로 후쿠오카 1 - 유후인에 가다 교토에서 돌아오자 마자 다시 떠날 준비를 했다.혼자 만의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다른 블로거들의 여행기를 읽다가 료칸이 눈에 띄었다.온천이 딸린 화실에서 온전히 나만을 위한 하루를 보내는 것, 혼자 만의 여행이라는 테마에도 어울릴 것 같았다.그렇게 교토에서 돌아온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다시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유후인 료칸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후쿠오카에서 3일을 보낸 뒤 돌아오는 일정을 계획했다.후쿠오카 공항으로 IN-OUT을 하는 항공편이 아무래도 가장 저렴하긴 했지만, 오이타 공항에서 유후인으로 가는 게 교통면으로 효율적이었기에 오이타 공항 IN - 후쿠오카 공항 OUT으로 항공편을 예매했다. 오이타 공항으로 취항하는 항공편은 에어서울 뿐인데, 그마저도 오전 9시.. 더보기 [나라 여행] 간바레 간사이 6 - 마지막은 사슴과 함께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부터 비가 쏟아졌다.나라 사슴공원에 가기로 했던 날이어서 날씨가 더욱 아쉬웠다.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이틀 밤 편안하게 우리를 재워준 마츠바야 료칸을 떠날 채비를 했다. 료칸 프론트에는 할머니가 앉아계셨다.체크아웃을 하는 우리에게 직접 만든 나무 젓가락을 선물이라며 건네주셨다.체크인을 도와주셨던 주인 아저씨가 식당 청소를 하고 계시기에 인사를 드렸더니, 곧장 료칸 문 앞까지 배웅을 나와주셨다.아저씨는 우산 하나를 나눠 쓰는 우리를 잠시 붙들고는 새 우산 하나를 꺼내주셨다. "다음에 돌려드리러 올게요." "말 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기약없는 허황된 약속을 마지막으로 료칸을 떠났다.아저씨는 우리가 골목을 돌 때까지 료칸 앞에 서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교토역에서 JR을 타고 나라로 .. 더보기 [교토 여행] 간바레 간사이 5 - 아라시야마 치쿠린 산책을 하고 아라시야마역으로 가 족욕을 즐겼다.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지만 정말로 열차가 다니는 플랫폼 복판에 족욕탕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입욕권은 아라시야마역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200엔에 구입할 수 있었는데, 입욕권을 구입하니 귀여운 수건을 기념품으로 주었다.족욕장에서 입욕권을 검사하는 사람은 없었고 열차를 기다리다가 잠시 쉬고 가는 사람들도 있던 걸 보니 200엔은 그냥 수건 값 정도였던 것 같다. 열차가 다니는 걸 보며 족욕을 하는 경험은 굉장히 생경했다.몸은 적당히 쌀쌀하고, 발은 적당히 따뜻했다.금세 몸이 노곤해졌다. 족욕을 하는 동안 관악단을 실은 열차가 지나가기도 했다.열차 안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정시가 되면 다시 출발했는데, 그것 역시도 플랫폼 한 가운데 족욕탕이 있는 것 만.. 더보기 [교토여행] 간바레 간사이 4 - 치쿠린, 텐류지 교토에서의 둘째날에는 아침 일찍이 일어나 치쿠린으로 향했다.아침 일찍 울창한 대나무숲의 공기를 들이마시며 산책하는 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기도 했고, 늦게 가면 사람이 많아서 기대했던 감정을 느낄 수 없을 것 같았다.슬프게도 나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았던 건지 이미 치쿠린 안은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산책로가 좁은 편은 아니라서 많은 인파에도 내 걸음속도에 맞게 걸어다닐 수 있었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이 들어찬 대나무숲을 올려다 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 안쪽까지 개운해졌다.바람에 대나무 잎이 몸을 부대끼는 소리가 사악, 사악 기분 좋게 들려왔고 대나무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치쿠린을 가는 김에 텐류지에도 들렸다. 텐류지 소겐치 정원 북문과 치쿠린이 이어져 있었던 것.. 더보기 [교토여행] 간바레 간사이 3 - 후시미 이나리 아침 일찍 일어나 고베를 떠났다.JR 안은 오사카에 가는 인파로 붐볐지만 차창 밖 풍경 만큼은 여유로웠다.교토역에 내려 짐을 맡기기 위해 숙소로 향했다. 교토에서 묵기로 한 숙소는 마츠바야 료칸.료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긴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온천 딸린 료칸은 아니고 그냥 다다미방을 갖춘 호텔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교토에서 머무는데 그래도 다다미방에서 머물러야 할 것만 같아서 이곳으로 정했다.교토역에서 도보로 대략 15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숙소까지 오는 길이 고즈넉하고 예뻐서 힘들 것 없이 걸어다녔다. 숙소에 들어서자 마자 주인 아저씨께서 아주 반갑게 맞이해주셨다.가족들이 함께 운영하는 것 같았는데, 가장 연세가 많은 할머니께서도 영어를 아주 능숙하게 하시니 일본.. 더보기 [고베여행] 간바레 간사이 2 - 고베의 밤 하버랜드에서 야경을 보기 전 호빵맨 박물관에 가야 해서 발걸음을 서둘렀다.고베역에 내리자 역 지하에서부터 박물관 근처까지 호빵맨 그림과 화살표가 붙어 있어서 구글맵 없이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박물관 근처에 도착하자 아이들로 붐빌 줄 알았던 예상과 달리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한산했다.아니나 다를까 문제가 있었다. 입구를 찾기 위해 박물관 주변을 뱅뱅 돌던 우리는 박물관이 공사 중이라는 표지판을 발견했다.일부 코너만 공사 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주변에 있던 일본인에게 물어봤지만 대답은 매한가지였다.고베에 온 이유의 절반은 호빵맨 박물관에 있었기에 너무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렸다. 해가 질 때까지 하버랜드와 모자이크를 돌아다니며 캐릭터샵을 구경했다.키디랜드에 갓챠머신이 있길래 딱 세 개만 .. 더보기 [고베여행] 간바레 간사이 1 - 시작은 고베 일본은 고모부의 고국이자 고모가 새 인생을 시작한 나라이다. 고모가 바다 건너 어느 나라로 이민 갔다는 별 것 아닌 이유는 일본에 대해 특별한 마음을 가지게 만들었다.어릴 때는 고모의 이민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그냥, '일본인과 결혼해 일본으로 갔다' 정도였던 것 같다. 나이를 먹고 어느 정도 머리가 굵어지고서야 고모가 왜 일본으로 갈 수밖에 없었는지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고모는 가부장제를 뿌리 깊게 답습한 가정에서 4남매 중 유일한 딸로 30년을 버텼다.고모의 이민은 딸이라는 이유로 가해진 무수한 차별과 폭력의 연대기를 더 이상 견디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언이 아니었을까.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고모에게, 그리고 고모가 다시 태어나기로 결정한 나라에게 무한한 애틋함이 생겼다. 친구들이 왜 .. 더보기 [강릉여행] 겨울바다 유랑기 2 - 경포해변, 안목해변 침대 맡에서 바다를 볼 수 있는 숙소에서 이틀을 보냈다.아침이면 기분 좋은 햇살이 얼굴에 내려 앉고, 파도 소리와 갈매기 우는 소리가 잠을 깨웠다.숙박비는 조금 비싼 편이었지만 오션뷰에서 꼭 묵고 싶다는 고집으로 주저 없이 예약했다. 우리가 묵은 숙소는 안현동에 위치한 백야펜션.테라스에서는 사근진해변의 전경이 보였다.에메랄드빛 바닷물과 옅은 바다내음이 풍기는 해변가에는 폭죽을 파는 작은 매점 하나가 위치하고 있었다.한산하고 평화롭고 조용했다.경포해변이나 안목해변이 인파로 북적거려서 싫었다면 조금 외곽으로 나와 사근진해변을 방문할 것을 추천하고 싶다. 아홉시가 조금 넘어서 일어나 테라스에 서서 아침 바닷공기를 실컷 마시고 나갈 준비를 했다.공기는 쌀쌀했지만 날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11시쯤 늦은 아.. 더보기 [강릉여행] 겨울바다 유랑기 1 - 강릉으로 학생 때는 입시 준비에 바빠서, 대학에 오니 이곳 생활도 그렇게 만만한 건 아니라서 단 한 번도 제대로 놀아보지 못하고 스물 둘이 되었다.열심히 사는 거에만 급급해서 여행에 대한 갈증같은 것도 없었다.빨리 졸업하고 취업해서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야 한다는 압박에 꽤나 오래 시달렸던 것 같다.휴학도 계획에 없었으나 이대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휴학을 하게 되었다.그 때까지만 해도 1년 정도 쉬고 싶다거나, 여행을 가겠다거나 하는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휴학과 동시에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매 월 꽤 많은 돈이 손에 쥐어졌다.생활비를 제하고도 여유금이 조금 남아서 적금을 들면 쏠쏠할 정도였다.성인이 되고서 처음으로 '여행이라도 가볼까'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여행에.. 더보기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