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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교토 여행] 간바레 간사이 5 - 아라시야마


치쿠린 산책을 하고 아라시야마역으로 가 족욕을 즐겼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지만 정말로 열차가 다니는 플랫폼 복판에 족욕탕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입욕권은 아라시야마역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200엔에 구입할 수 있었는데, 입욕권을 구입하니 귀여운 수건을 기념품으로 주었다.

족욕장에서 입욕권을 검사하는 사람은 없었고 열차를 기다리다가 잠시 쉬고 가는 사람들도 있던 걸 보니 200엔은 그냥 수건 값 정도였던 것 같다.


열차가 다니는 걸 보며 족욕을 하는 경험은 굉장히 생경했다.

몸은 적당히 쌀쌀하고, 발은 적당히 따뜻했다.

금세 몸이 노곤해졌다.


족욕을 하는 동안 관악단을 실은 열차가 지나가기도 했다.

열차 안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정시가 되면 다시 출발했는데, 그것 역시도 플랫폼 한 가운데 족욕탕이 있는 것 만큼이나 희한한 광경이었다.



아라시야마는 어딜가든 음악이 들리는 곳이었다.

족욕을 하는 동안에도, 밥을 먹는 동안에도 어딘가에서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마을 전체가 음악으로 가득했다.


오르골 박물관 앞에는 피에로 분장을 한 아저씨가 커다란 오르골을 돌리고 있었다.

능수능란하게 속도를 조절해가며 오르골을 연주했는데 아라시야마의 풍경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 한참동안 서서 연주를 지켜보았다.

아저씨는 아기들에게 풍선을 불어주기도 했고 짓궂게 꼬마들을 놀려주기도 했다.

언니와는 사진도 찍어주셨는데 나는 쑥스러워서 같이 찍지 못했다.



이후에는 요지야 카페로 향했다.

교토 내에 지점이 많지만 나는 일본식 목조 건물 안에서 차를 마시고 싶어서 철학의 길 어귀에 있는 요지야 카페 은각사점에 다녀왔다.


워킹 홀리데이를 온 한국인 직원이 우리를 안내해주었다.

좁은 계단을 올라가면 좌식 테이블이 넓은 간격으로 놓인 다다미방이 있었다.

방 안은 매우 조용했고 사람들은 모두 속삭이듯 대화했다.

우리도 자연스럽게 말소리를 줄였다.

창 밖으로는 잘 조경된 정원이 보였다.

정원을 바라보며 다다미방에서 차를 마신다는 것, 가장 일본다운 경험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기분이 안정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요지야가 그려진 말차라떼와 와라비모찌, 그리고 말차 소스와 모찌가 곁들여진 아이스크림을 시켰다.

차나 음식이 특별히 맛있었던 건 아니지만 소담한 플레이팅과 공간의 분위기가 좋았다.

우리가 들어온 이후로 웨이팅이 생겼는지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 보이기에 오래 앉아있지는 않고 일찍 나와주었다.


정원의 나무들 사이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