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서의 둘째날에는 아침 일찍이 일어나 치쿠린으로 향했다.
아침 일찍 울창한 대나무숲의 공기를 들이마시며 산책하는 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기도 했고, 늦게 가면 사람이 많아서 기대했던 감정을 느낄 수 없을 것 같았다.
슬프게도 나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았던 건지 이미 치쿠린 안은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산책로가 좁은 편은 아니라서 많은 인파에도 내 걸음속도에 맞게 걸어다닐 수 있었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이 들어찬 대나무숲을 올려다 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 안쪽까지 개운해졌다.
바람에 대나무 잎이 몸을 부대끼는 소리가 사악, 사악 기분 좋게 들려왔고 대나무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치쿠린을 가는 김에 텐류지에도 들렸다.
텐류지 소겐치 정원 북문과 치쿠린이 이어져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본에서는 어느 명소를 가든 그 명소과 어울리는 컨셉으로 디자인된 티켓을 챙겨주는데 텐류지에서는 소겐치 정원 그림이 티켓이었다.
마음에 들어서 다이어리에 끼워두고 싶었는데 실수로 흘렸는지 숙소에 돌아오니 없어져 있었다.
텐류지는 본당을 보는 코스와 소겐치 정원을 보는 코스로 나누어져 있어서, 각각 티켓을 두 번 끊고 입장해야 한다.
우리는 텐류지에 가는 게 목적이 아니었고 겸사겸사 들린 것이었기 때문에 소겐치 정원만 가보기로 했다.
연못 위로 텐류지의 풍경이 그대로 비쳐보였다.
비단 잉어가 바닥이 다 보일 정도로 맑은 연못 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잉어들이 텐류지의 풍경에 옅은 파동을 일으켰다.
연못 주위를 돌다 보니 식물과 정원을 좋아하는 할머니 생각이 났다.
'이쁘네'
카톡이 서툰 할머니의 대답은 고작 이게 전부였지만 많은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사진이 아니라 이곳에 직접 데리고 와서 보여줘야지, 그런 생각들.
텐류지도 들리고 치쿠린에서의 산책을 끝낸 뒤에 점심을 먹기 위해 상점가로 내려갔다.
원래는 치쿠린 입구에 있는 오즈루에서 우동을 먹으려고 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가지 못했다.
요시무라 소바 조차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인근에 있는 이와오에 들어갔다.
언니는 교싯포쿠를, 나는 새우튀김이 곁들여진 자루 소바를 먹었다.
놀랄 정도로 맛있는 건 아니었지만 기분 좋게 배를 채우기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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