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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강릉여행] 겨울바다 유랑기 2 - 경포해변, 안목해변


침대 맡에서 바다를 볼 수 있는 숙소에서 이틀을 보냈다.

아침이면 기분 좋은 햇살이 얼굴에 내려 앉고, 파도 소리와 갈매기 우는 소리가 잠을 깨웠다.

숙박비는 조금 비싼 편이었지만 오션뷰에서 꼭 묵고 싶다는 고집으로 주저 없이 예약했다.


우리가 묵은 숙소는 안현동에 위치한 백야펜션.

테라스에서는 사근진해변의 전경이 보였다.

에메랄드빛 바닷물과 옅은 바다내음이 풍기는 해변가에는 폭죽을 파는 작은 매점 하나가 위치하고 있었다.

한산하고 평화롭고 조용했다.

경포해변이나 안목해변이 인파로 북적거려서 싫었다면 조금 외곽으로 나와 사근진해변을 방문할 것을 추천하고 싶다.


아홉시가 조금 넘어서 일어나 테라스에 서서 아침 바닷공기를 실컷 마시고 나갈 준비를 했다.

공기는 쌀쌀했지만 날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11시쯤 늦은 아침을 먹기 위해 경포해변 횟집 거리에 있는 아무 가게로 들어가 잡어 매운탕을 시켰다.

국물 외에는 딱히 건져 먹을 게 없는 매운탕이었지만 정갈한 밑반찬을 하나씩 내오는 주인 할머니의 손길이 인상 깊었다.

뜨끈한 국물로 속을 데우고 해변가로 향했다.


 

경포해변에 한참을 서서 파도가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수평선에는 맞닿은 하늘과 바다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세상의 끝은 저 수평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의 끝과 마주하고 있으면 내가 보잘것없이 느껴져서 홀가분했다.


일렁이는 물결 위로 이전에 한 동료가 영화를 계속 찍을 거냐고 물었던 것이 떠올랐다.

나는 더 이상 하지 않을 것 같다는 대답도 함께 오래도록 부유했다.


파도는 순식간에 치솟았다가 알알이 부서지기를 반복했다.

파도는 뭍으로 들어오기 전 반드시 부서졌다.

부서짐의 경험이 파도를 만들어 낸다.


바다를 떠돌며 글을 쓸 만한 소재를 떠올렸고 몇 편의 글을 썼다.

바다는 말이 없었지만 나는 바다의 말을 들어야 했다.

다시 쓰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결심했다.



다음 날에는 안목해변으로 향했다.

경포해변 보다 사람이 많았고 포토스팟 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적막하고 고요했던 경포해변과 달리 안목해변은 활기차고 경쾌했다.



갈매기들도 여러 번 사람들에게 새우깡을 얻어 먹었는지 다들 안목해변에 자리하고 있었다.

해변 인근의 편의점에서 새우깡을 사와서 갈매기에게 던져주었다.

이 세상에 나와 갈매기, 그리고 바다 뿐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베스트샷도 남겼다!

마치 사진에 그라데이션을 넣은 것처럼 하늘 그대로의 색감과 수평선이 어우러져 찍고 나서 한참을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비현실적으로 푸른 빛의 바다와 끝을 알 수 없는 수평선,

누구 하나 빠짐없이 모두 친절한 주민들,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

아기자기한 거리.

강릉은 동화같은 도시였고 나는 그 동화책을 덮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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