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후인역 앞은 송영서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대형 밴부터 경차까지 수 많은 차들이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했다.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어느덧 시계는 3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 홀로 유후인역 앞을 지키고 있었다.
혹시 내가 잘못 신청했던 것은 아닐까 걱정하며 료칸에 전화를 걸었다.
그 때 승용차 한 대가 들어왔다.
건장한 아저씨가 차에서 내려 내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어보였다.
"네, 저예요!"
산길을 10분 정도 달려서 묘토쿠 료칸에 도착했다.
혼자서도 이용할 수 있는 료칸이 몇 군데 없기 때문에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체크인을 마치고 안내를 받아 방으로 올라가자 치키서비스를 맡겼던 짐이 도착해 있었다.
저가형에 속하는 료칸이었기에 화실이 그렇게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마음에 들었다.
특히 창 밖으로 유후인의 전경을 볼 수 있고 정시만 되면 마을에서 뻐꾸기 알람이 들려온다는 점이 좋았다.
유카타로 갈아입고 식사 전 온천을 하기 위해 노천탕으로 갔다.
묘토쿠에는 총 3개의 욕장이 있는데 크기나 내부 생김새는 비슷했다.
하루에 투숙객을 딱 4팀 밖에 받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전세탕으로 쓸 수 있었다.
욕장으로 들어가기 전 게다처럼 생긴 나무 막대를 '사용 중'으로 돌려 걸어두고 문을 잠근 후 이용해야 되는데 3개 욕장 모두 잠금장치가 고장나 있었다.
불안했지만 다행히 누가 들어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뜨끈한 탕에 몸을 담구자 아침부터 겪은 우여곡절이 다 녹아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대나무 이파리가 흔들리는 소리와 물이 찰방거리는 소리가 기분 좋았다.
이 행복도 내일이면 사라질 찰나의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괜히 뭉근해졌다.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주인 아저씨가 마당을 쓸고 계셨다.
벤치에 앉아 녹차를 마시며 마을 전경을 바라보았다.
뻐꾸기 우는 소리가 들렸다.
다섯시였다.
방에서 좀 쉬다가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내려갔다.
과일 샐러드부터 도미 사시미, 쿠시카츠, 가라아게, 소유 도후, 야키니꾸, 밥과 미소시루, 디저트까지 코스로 나오는 식이었다.
음료 한 잔을 서비스로 제공한다기에 머뭇거릴 것도 없이 생맥주를 부탁했다.
음식은 전반적으로 무난했지만 가이세키를 처음 먹어보는 거라 그 자체로 즐거운 경험이었다.
온천을 하고 난 뒤여서 그런지 맥주 한 잔에 금방 취기가 올랐다.
식사를 마치고 맥주를 챙겨 온천을 하러 갔다.
돌에 머리를 대고서 얼굴에 닿는 차가운 공기를 느꼈다.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방으로 올라가 이불에 몸을 파묻었다.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금새 잠들어버렸다.
눈을 떠보니 어느덧 새벽 다섯시였다.
아침식사를 하기 전 다시 한 번 온천물에 몸을 담궜다.
새벽에 하는 온천은 어제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오늘이 지나면 다시 이 행복을 언제 누릴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 더 오래 온천을 즐겼다.
샤워까지 마치고 욕장 밖으로 나왔다.
마당을 쓸던 주인 아저씨가 식사를 하러 가자며 식당으로 안내했다.
정갈한 한 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밥은 간이 심심해서 먹기에 부담이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차 한 잔으로 따뜻하게 몸을 데웠다.
이제 정말 료칸을 떠날 준비를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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