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칸 주인 아저씨가 유후인역까지 샌딩을 해주셨다.
산큐패스로 티켓을 예매하고 하카타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유후인에서 하카타까지는 2시간이 걸렸다.
바깥 풍경을 감상하고 싶었지만 새벽 5시에 일어난 탓인지 잠이 쏟아졌다.
한참을 자다 일어나니 어느덧 도심이었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하카타역 KITTE 9층에 있는 '오오야마 모츠나베'로 향했다.
모츠나베는 나의 소울푸드이자 후쿠오카에서 함바그 만큼이나 유명한 음식이다.
그래서 후쿠오카에 도착하자 마자 가장 먼저 모츠나베를 먹고 싶었다.
오오야마 모츠나베는 체인 브랜드로 후쿠오카 뿐만 아니라 일본 전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굳이 모츠나베의 본고장까지 와서 체인점을 간다는 게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1인분을 주문할 수 있는 식당이 몇 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이곳을 선택했다.
짬뽕면과 명란이 함께 나오는 모츠나베 점심특선과 생맥주를 시켰다.
뜨끈한 미소 육수와 짭짤하게 육수를 머금은 양배추, 부추, 그리고 모츠를 한 입에 넣었다.
입안의 열기가 식기 전에 생맥주를 들이켰다.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음식 하나에 사람이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참 오랜만에 느꼈던 것 같다.
대낮부터 살짝 취기가 도는 채로 식당을 빠져나왔다.
버스를 타고 오호리 공원으로 갔다.
유치원생들이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다.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저마다 다른 뒤통수가 참 귀여웠다.
아이들을 따라가다 보니 큰 호수가 나왔다.
호수 앞 벤치에 앉아 책을 펼쳤다.
한참 동안 책을 읽었다.
이따금씩 무료하기도 했지만 무료함이 싫지 않았다.
오리배가 마치 오리떼처럼 호수 위를 줄지어 떠다녔다.
노부부가 맞은편 벤치에 와서 앉았다.
다시 책을 읽었다.
공원 중심에서 빠져나와 입구 쪽으로 다시 걸어갔다.
오리배를 타고 싶어서 간 거였는데 두 사람 이상부터 탑승이 가능하다고 해서 타지 못했다.
속상한 마음에 공원 입구에 있던 작은 카페에 들어가 빵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오리배 선착장이 보이는 곳에 앉았다.
오리배에 타고 내리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얼굴들, 각기 다른 표정들, 각기 다른 다정함과 각기 다른 사정으로 오리배에 오르고 내렸다.
겉면에 설탕이 뿌려진 딱딱하고 뻑뻑한 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한 일본인 아주머니가 옆자리에 앉아도 되겠냐고 물어왔다.
"유학생인가요?"
"아니요. 여행왔어요."
"혼자서요? 대단해요."
혼자서 일본의 한 공원에 앉아 오리배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일이 감탄할 만큼 대단한 일인가 싶어 웃음이 나왔다.
커피는 말끔히 비웠지만 빵은 말끔히 먹지 못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버스를 타고 캐널시티로 갔다.
버스를 잘못 타는 바람에 나카스강 인근에 내려 20분 정도 걸어서 캐널시티에 도착했다.
캐널시티는 10년 전쯤 가족여행으로 후쿠오카에 왔을 때 들린 적 있는데 그 때와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내가 캐널시티에 온 이유는 단 하나, 캐릭터 상품 쇼핑이었기 때문에 곧장 캐릭터 상품점이 모여있는 지하로 향했다.
토토로샵과 원피스 스토어, 디즈니 스토어와 키티 스토어까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들어갔다.
오히려 어렸을 때보다 머리가 굵어지고 난 이후에 캐릭터샵 같은 걸 더 좋아하게 됐다.
디즈니 스토어를 제외하고는 딱히 물건을 사진 않았지만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캐릭터샵을 두시간 정도 둘러보고 저녁을 먹기 위해 캐널시티 지하에 있는 '비프타이겐'으로 갔다.
2000엔도 안 하는 돈으로 꽤 괜찮은 스테이크 정식을 맛볼 수 있다고 해서 주저없이 선택했다.
저녁을 먹기에 애매한 시간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웨이팅이 네팀 정도 있었다.
다행히 나는 혼자여서 웨이팅 없이 먼저 입장할 수 있었다.
메뉴는 단순했다.
점원분이 원하는 고기 부위만 고르면 되고, 그 외의 사이드는 똑같이 제공된다고 설명해주셨다.
부위별로 가격이 200엔에서 500엔 정도 차이가 났다.
나는 1900엔짜리 우티모모 정식을 주문했다.
식사가 나오길 기다리며 같은 날 혼자 오사카 여행을 떠난 대학 동기에게 안부를 물었다.
비오는 날 혼자 유니바를 갔다며 실소하는 친구에게 혼자 오리배를 타려다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식사가 나와서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한국인 가족 네 명이 들어왔다.
온통 일본어 뿐인 메뉴를 받아들고 당황하는 눈치였다.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도와달라고 부탁하셨다.
메뉴를 설명해드리고 주문까지 대신 해드렸는데, 고맙다며 생맥주 한 잔을 시켜주셨다.
저녁까지 맥주를 마시진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는데 뜻밖의 이유로 결심이 지켜지지 못하게 되었다.
밥을 먹고 캐널시티를 조금 더 돌아보다가 분수쇼가 진행되는 중앙광장으로 갔다.
이미 사람들이 명당을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원피스를 테마로 한 분수쇼가 10분 정도 진행됐는데 참 별 것 아닌데도 익스트림하고 재밌었다.
30분을 기다렸다 한 번 더 볼까 고민했지만 다리가 너무 아파서 포기하고 숙소로 갔다.
숙소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가 걸렸다.
다리가 퉁퉁 부을 정도로 걸어 다녔는데도 왠지 너무 어설프게 하루를 보낸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내일은 더 후회없이 보내야지 생각하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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